윤희에게, 는 알고 있던 영화였어요.
퀴어 여성 영화에 관심이 많고
여성 서사 영화는 그래도 챙겨보려고 하는 편이라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 미루고 있었는데요
시험도 끝났겠다,
이대로 미루다가는 정말 못 보고 수년이 지나버릴 것 같아서
이번 주말의 할 일로 정해버렸습니다.
사실 윤희에게 보기를 마냥 미루고 있다가
방구석 1열에서 윤희에게를 다룬 회차를 보았어요.
(여기서 제목은 ‘성평등’이고 설명은 ‘양성평등’이어서 약간 띠용..)
곧 9월10일에
서울 국제 여성영화제가 열리는데요,
그와 관련하게 백델테스트를 자세히 설명하며 회차가 시작합니다.
*벡델테스트*
- 1985년 미국의 여성 만화가 엘리슨 벡델이
남성 중심 영화가 얼마나 많은지 계량하기 위해 고안한
영화 성평등 테스트
(출처, 네이버 시사상식사전)
벡델테스트 통과를 위한 세 가지 기준은
- 이름을 가진 여자가 두 명 이상 나올 것
- 이들이 서로 대화할 것
- 대화 내용에 남자와 관련된 것이 아닌 다른 내용이 있을것
이고,
몇가지 기준을 추가하기도 하는데요,
기억나는 기준은
-다른 소수자에 대해 혐오적이지 않을 것
등이 있었어요.
윤희에게, 허스토리 등이
벡델테스트를 통과한 작품이었습니다.
스웨덴에서는 영화가 상영하기 전에
백델테스트를 통과한 영화에게 이 마크를 준다고 하는데요
우리나라도 이런거 도입하면 좋겠네용..
배우들 인터뷰를 보다 보면
중년 여성 배우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너무 한정적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요.
여성이 다양한 역할로 스크린과 티비에
등장하기를 바랍니다!!!
구매해서 볼 생각도 있었는데 넷플릭스에 있더라구요!!
2019년에 개봉한 작품이고
감독은 임대형,
주연은 김희애, 나카무라 유코, 김소혜 배우님들입니다.
사실 처음에는..
1. 여성 퀴어 영화를 남자 감독이 촬영했다는 점
2. 일본풍 영화라는 점
(일본 불매와 별개로 약간 답답한 분위기라고 생각해서요)
3. 아이돌이 배우로 나온다는 점
때문에 퀄리티에 약간의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어요.
지금은 그랬던 저를 혼내고 당장 보라고 말하고 싶을 뿐입니다. ㅋㅋ
윤희에게를 본 주변인들도 비슷한 반응이었던 것 같아요.
마음이 아프고, 재밌고, 아름다운 장면들이 정말 많았어요.
일단..
비밀의 숲을 보던 중이어서 그런가
이창준 역으로 나왔던 유재명배우님이 출연하셔서 재밌었어요.
영화 초기에 떨어진 장갑을 줍는 두 아이들에 연이어
장갑 하나 없이 손목을 만지작거리는 윤희가 나오는 점도 좋았구요
편지로 시작하는 초반에
‘살다 보면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때가 있잖아’
뭐 이런 대사가 있었던 것 같은데
정말로.. 듣고 싶은 말이었다고나 할까요
잘 참았다가도 이젠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터뜨리는데
주변에서는 가만히 있다가 왜그래? 라는 반응을 보이죠
나의 마음은 적립되어 가던 중이었는데도요.
그런데 주변이 아니라 나도 내가 어색해서
가만히 있다가 왜그래? 라고 스스로 묻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참다 =/= 괜찮다 임을
다시금 깨닫는 것 같아요.
자식 때문에 살지, 라는 윤희의 말에
나 때문에 살지 말라고 말하는 새봄도 좋았고
그 어투가 참 건조하고 따뜻하게 느껴지기도 하구요.
‘그거 다 빚이야’ 라는 말에
‘나 빚지게 하지 마’ 로 응수하는 새봄을 보며
오오오 똑똑하다... 하는 생각을 했어요.ㅋㅋ
사실 다른 부분의 연기는 잘 모르겠고
(절대 안 좋았다는 것은 아닙니다.)
김희애배우님의 연기에 두어번 감탄을 했어요.
일단 영양사에게 쉬겠다고 말할 때!
자리 못 맡아둔다고 하는 대답에 약간 굳는 그 표정과
다시 단단해지는 것까지..
그리고 일본 여행을 가서
쥰의 집에 가 본 후
쥰을 발견하고 벽 뒤에 숨어서
얼굴을 마르게 쓸어내리는 표정들이요.
정말이지 20년만에 옛사랑을 만나면,
그리고 그사람을 반드시 묻어야만 하는 사정이 있어서 참고 지냈다면
그 마음을 살짝 열었을 때 딱 그 표정일 것 같아서,
그렇게 약간 벽에 기댈 수밖에 없을 것 같아서
‘어떡해..’ 라는 탄식이 절로 나왔어요.
그리고 유머가 중간중간 들어가 있는 것도 좋았습니다!!
일단 새봄이가 엄마에게 담배 한대만 달라고 하는 것ㅋㅋㅋ
그리고 윤희의 딸이 오타루에 왔다는 사실을 왜 말해주지 않았냐는
쥰의 보챔에 대고 고모가
‘지금 말하잖아’ 라고 하는 것 등이요 ㅋㅋ
지루한 영화가 절대 아니었어요.
하.. 키차이.. 쥰과 윤희의 키차이는 정말이지
사람을 설레게 하는 키차이로군요 ㅠㅠ
‘사랑’을 이야기 하면서
포옹이나 악수 등 작은 스킨십조차 하나도 없었죠.
퀴어 영화에 반드시 섹스신이 나오는 이유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키스를 해도 ‘우정’으로 치부하는 바람에 그렇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포옹이 꽤 자주 나오지만
위로.. 응원.. 반가움.. 뭐 그런 의미의 포옹인 것 같았지
섹슈얼한 포옹은 정말 아니었어요.
영화 ‘아가씨’에서 섹스신이 두드러졌던 것에 비하면
꽤 다른 결이었다고나 할까요.
(아까씨에서의 섹스신은
환상 속의 레즈비언 섹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긴 했습니다.)
당연히 사랑에 스킨십이 동반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죠.
그리고 스킨십 장면이 있었다면 감사하며 보기야 했겠지만
그러지 않아도 완벽했던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윤희의 성장 드라마’가 가장 적합한 수식어인 것 같아요.
영화 속 윤희가 행복하기를
정말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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