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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전쟁과 약, 기나긴 악연의 역사 & 분자 조각가들

운은 2023. 9. 1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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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로 책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그보다 선호하는 방식은 저자 중심으로 책을 읽어나가는 것입니다.  특히 생소한 분야라면 더 그렇습니다. 책의 내용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기 때문에 재미를 추구할 구석이 저자의 '글빨'밖에 없으니까요.

고등학생 때는 하리하라님의 책을 열심히 읽었고, 기자 출신의 메리 로치도 좋아했습니다. 최근에는 백승만교수님을 알게되어 책 두 권을 연이어 읽었습니다. 문장을 쉽고 재밌게 쓰시는 데다가 유머가 충분해서 읽는 내내 재밌었어요.

아무튼 약학을 전공하는 친구를 사귀게 되면서 저도 어느 정도의 지식은 갖추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연달아 관련 책을 읽고 있습니다. 백승만 교수님은 경상대학교 약학과에서 교수로 재직중이면서 마약 관련 유튜브 콘테츠로 뵌 적이 있습니다. 첫 번째 책은 작년에, 두 번째 책은 올해 4월에 출간되었어요. 연이어 읽을만큼 재밌었습니다.

1. 전쟁과 약, 기나긴 악연의 역사

전쟁과 약, 기나긴 악연의 역사
지난 수백 년간, 전쟁, 질병, 약은 서로 잘 맞물린 세 바퀴처럼 역사를 이끌어 왔다. 무통 분만에 쓰이면서도 2017년 미국에서만 2만 8,000여 명을 중독으로 사망하게 한 펜타닐, 제국주의 시절 아프리카 탐험가에게 지급된 기생충 약, 제2차 세계대전 중 개발된 페니실린, 병사들의 전투력을 높이기 위해 사용된 마약류 각성제는 단순한 우연의 산물이 아니었다. 남북전쟁 당시 진통제로 더없이 소중하게 쓰인 모르핀의 원료, 아편은 아편전쟁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으며, 제1차 세계대전을 타고 전 세계로 퍼져 나간 스페인 독감은 역설적으로 제1차 세계대전을 종식하는 데 일조했다. 미국의 한 여성은 바닥에 떨어진 지폐를 줍고 왜 온몸이 마비되었을까? 교향을 선출하는 자리에서 추기경들이 왜 하나둘 죽어갔을까? 검은 비닐봉지와 우산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 때문에 왜 도쿄 지하철이 마비되었을까? 가미카제 특공대는 왜 비행 직전 일왕이 건넨 차를 마신 걸까?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미군은 왜 아군 기지를 폭격했을까? 1분 만에 수강 신청이 마감되는 인기 강의 교수이자 약학자이기도 한 저자는 다소 자극적이지만 갖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곁들여, 아편부터 펜타닐까지, 메스암페타민부터 ADHD 치료제까지, 피조스티그민부터 PTSD 치료제까지, 약의 관점에서 역사의 그림자와 일상의 기원에 대해 서술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수많은 전쟁, 질병, 의약품, 인물은 역사에서 미친 존재감을 자랑할 것이다. 이들이 펼치는 기나긴 악연의 역사에 들어온 것을 환영한다.”
저자
백승만
출판
동아시아
출판일
2022.09.13

전쟁사 책도 많고 약의 발견에 대한 책도 많지만 둘을 엮은 책은 많이 없어서 출간을 결심하셨다고 합니다. 단순히 약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고 전쟁을 통해 알려진 여러 이야기들과 생체의 이상현상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예를들어 비타민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각기병,, 이런거요! 이런 이야기는 일상적 의미의 약과 관련되었다고 생각이 안되는데 그래도 흥미롭습니다.

2차세계대전이 얼마나 '사람'의 일인지 알 수 있었어요. 자신이 배운 게 세균학밖에 없었기 때문에 모든 병이 세균때문일 거라고 생각하거나, 병사들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도 다른 장군에 대한 질투심 때문에 방법을 공유하지 않는 일들이요.

마약 관련 내용도 흥미로웠지만 읽는 내내 '내가 이렇게 마약에 대한 정보를 알아도 되나?'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모방범죄를 우려하여 범행 방식은 자세히 공개하지 않는 경우도 있듯이 마약에 대해서 내가 여기까지 알아도 되나?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 책 한 권 읽어서 얻는 지식이 그렇게 클 것 같지도 않아요. 전문가 분들이 잘 검수 해주셨을거라고 믿었습니다.

더 알아보기 부분에서 마약의 구조같은 것들이 비교되면서 왜 어떻게 인체에 특정 작용을 야기하는지도 잘 설명되어 있었는데요, 화학과나 약학과 꿈꾸는 고등학생들이 교양서적으로 읽기도 추천할만한 도서라고 생각합니다



2. 분자 조각가들

분자 조각가들
신약을 개발하는 화학자들은 분자를 조각하는 현대의 연금술사들이다. 미켈란젤로가 대리석을 깎아 피에타상을 조각하는 것처럼, 분자 조각가들은 화합물에 탄소, 수소, 산소 같은 원자를 붙이거나 제거하고, 커다란 분자를 연결해 형태를 만든다. 하지만 분자 조각가들의 최종 목적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조각한 화합물이 나쁜 단백질에 찰싹 달라붙어 기능을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보통 이런 화합물을 약이라고 부른다. 『분자 조각가들』은 신약 개발의 최전선에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는 과학자가 새로운 약이 창조되는 과정을 상세하게 소개하는 책이다. 신약 개발 방법과 최신 트렌드에 정통한 의약화학자인 동시에 약학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약의 역사를 다루는 인기 교양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저자는 이 책에서 신약 개발의 과거와 현재를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으로 소개한다. 저자는 생명을 살리고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 화학자들이 절묘하게 분자를 조각하고 이어붙이는 과정을 직관적인 이해를 돕는 그림과 비유를 통해 쉽게 설명한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약을 먹을 때마다 한 알의 약 뒤에 숨은 분자 조각가들의 치열한 고민에 경외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저자
백승만
출판
해나무
출판일
2023.04.26

분자조각가들이라는 책은 좀 더 어렵습니다. 하지만 백승만교수님의 본업(?)에 더 가까운 이야기라 그런가 신나서 이야기하시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재밌습니다.

네이밍 센스와 설명력이 뛰어나서 그 유머에 끅끅거리면서 읽기도 했어요. 가장 재밌었던 부분은 '탁솔' 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항암제 탁솔(네이버에서는 택솔)은 대단히 유망한 물질이었지만 합성 단계가 복잡해서 만들기에는 대단히 어려웠다고 해요. 나무에서 탁솔을 뽑아내자니 너무 많은주목나무가 희생되어야 해서 가성비가 안 나오는 방법이었다고 하죠. 그런데 나무의 잎에서 탁솔이 만들어지기 몇 단계 전의 물질이 발견되는데..! 백승만 교수님은 그 물질을 '거의 탁솔' 이라고 불러버립니다.

저만 웃긴지 모르겠으나 저는 이 '거의 탁솔'이라는 이름이 너무 직관적이고 재미있어서 주변 사람들에게도 말하고 다녔어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수준에서 이해를 돕기 위해 단순화해주시는 것들이 정말 재밌습니다.

그리고 또 재밌었던 내용은 '반응 노가다'를 통해서 신물질을 만들어보려고 했던 시도인데요, 사람들이 그 노가다에 왜 열광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실패할수밖에 없었는지가 너무 잘 이해가 되어서 안타깝기도 하고 흥미로웠습니다.

제가 고등학생으로 돌아간다면 이 책을 읽고 유기화학과를 꿈꿨을 정도로,  대학원을 꿈꿔봤을 정도로 재밌게 쓰여진 책이라고 생각해요. 방송통신대학 화확과가 있는지 찾아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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